Toccata!
Dear. 2025. 4. 5.
#상해로그
@필립 G. 래빗

—나는 최선을 다했다 생각했는데.
혁명을 부르짖던 이들 또한 누군가의 사랑이라던가? 배척되기 일쑤였지만, 나는 이 문장을 꽤나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이 명제에서 ‘누군가’에 속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다가갈 수 있으리라고 어림잡은 것도 어쩌면 같은 수식이었다.
그러나 당신은 지나치게 맑고, 또한 올곧다.
“그래? 그럼 버텨. 어디, 죽을힘을 다해 몸부림쳐 보렴⋯.”
그날의 폭행은 의도되지 않았다 자부한다.
푹, 살점을 찌끄러트리는 잔인한 음성이 퍼지면, 당신의 손목에서 씨앗이 자라기 시작한다. 메리골드, 가장 크고 아름다운 늧이 당신의 근육 어딘가를 양분 삼아 착생한다.
마치 운명처럼 당신을 다시 보았을 때—. 필연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당신과 나는 오늘로써 파국이라고.
한때 푸른 눈동자를, 맑은 목소리를 좋아했었다. 뮤즈가 되어달라, 고. 그런 요청도 해보았었다.
그래, 뮤즈! 이 순간 필립 진 래빗은 엘츠비타 루첸테 쉬프의 뮤즈가 된다. 당신이 피 흘리는 모습이 어떤 영감을 불러일으킬지 기대되지 않는가? 어긋난 우정이 그려내는 선율은 얼마나 비참하고 아름다울지에 대해!
—미안, 진심이 아니야. 난 여전히⋯ 네가 좋아.
나는 당신의 손목에 피어나, 당신에게 기생한다.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너는 나의 흔적과 함께해야만 한다. 이것이 내가 너를 지우는 방법, 너를 잊고 행복을 빌어주는 방법이다.
한 번뿐인 삶, 잘못된 선택의 대가는 잔혹하다.
—착각하지 마. 영원히 미워하고 증오해. 나는 너의 혐오를 먹으며 찬란하게 피어날 테니.
내가 치를 죗값을 그린 교향곡의 도입부. —빠암! 트럼펫의 시원판 팡파레는 보이지 않는 포물선을 그려, 당신을 울리는 데에 성공했다. 큰북의 울림에 뜨겁게 물든 당신의 왼손을 움켜잡고서.
나는 미소짓는다.